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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회칼럼


    목회칼럼

    2023.02.20 01:55

    장례와 교회

    조회 수 30 댓글 0

      장례라는 것은 많은 경우 늘 갑작스럽습니다. 유가족들은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아픔과 슬픔에 머물고 싶은 마음일 겁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유가족들에게는 더 할 일이 많아집니다. 더군다나 그런 일들이 대부분의 가족에겐 처음 겪는 일일 경우가 많습니다. 마음에는 여유가 없는데, 처리하고 준비해야 하는 일은 많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는 어려운 순간입니다. 더군다나 영어가 불편하신 분들에게는 더 막막한 시간입니다. 유가족들은 사랑하는 이를 잃은 아픔과 현실의 무게 앞에 준비되지 못한 상태로 눌리게 되는 것이죠. 제가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면 그런 상황은 당혹스럽습니다.

     

      장례라는 절차가 참 쉽지 않은 것임에도, 지난 몇번의 장례 때 마다 저희 교회는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했습니다. 매번 교회 전체가 한마음이 되어 주셨습니다. 이미 장례의 경험이 있는 분들은 지식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셨고, 어느 새 구석 구석에서 자신의 역할을 자진해서 감당하고 있는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목회자인 제가 놀라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저도 생각치 못했던 부분이었는데, 다른 지체들의 눈에는 그 부분이 보였던 것이죠. 많은 분들이 실질적인 도움 뿐 아니라, 유가족들이 기댈 수 있는 언덕이 되어 주시고, 사랑과 위로를 부어 주셨습니다. 

     

      특별히 이런 상황에서 목장이라는 작은 가족 공동체가 더욱 큰 힘을 발휘합니다. 평소에 그런 관계가 없었다면, 지식 전달이나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유가족들이 마음의 쉼을 얻지는 못할 겁니다. 똑같은 지식도 평소에 깊은 관계에 있는 사람이 주는 지식은 마음에 힘을 줍니다. 모두가 자신의 일처럼 뛰어들고, 함께 하는 그 모든 시간이 유가족들에게는 위로가 됩니다. 그 마음을 알기 때문이죠. 평소에 모르던 사람들이 그 일에 뛰어들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위로일 겁니다.  

     

      지난 2월 11일 사랑하는 정병오 어머님이 소천하셨습니다. 갑작스럽고 그래서 더욱 슬픈 순간이었지만, 돌아보니 역시나 그 모든 순간에 하나님의 은혜가 있었습니다. 담임목사로서 저는 그런 하나님의 은혜의 통로가 되어 주신 분들이 눈에 보였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그런 자연스러운 가족성이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다시금 들었습니다. 


    Following the shepherd…
    최지원 목사 드림